중국 자동차 시장의 과열경쟁…그리고 현대차 설영흥 전 부회장의 퇴장

[華流]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있습니다. ‘관공서를 통하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지지부진하고, 될 성싶다가도 안풀리고, 안될 듯한 일이 성사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사업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사업가는 중국 관료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어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시간을 끌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고 기다리며 각종 인맥과 정보를 동원해 그들의 원하는 바를 찾아냅니다. 어차피 중국 시장에서의 칼자루는 공산당이 쥐고 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진입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독보적 기술이 없는 기업은 중국정부 입장에서 볼 때도 그닥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기업체는 돈을 싸들고 가도 중국에서 갑 행세를 할 수 없습니다. 이미 공급과잉이 돼버린 업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이 너무 많아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산업에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업체에 돈 줄을 끊어 도산시키고 신규진입 또는 시설확장에 대한 규제는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설영흥 전 부회장(왼쪽)과 쑨정차이 중국 충칭시 서기

설영흥 전 부회장(왼쪽)과 쑨정차이 중국 충칭시 서기

최근 현대 자동차가 충칭 공장 설립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합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전세계 유명 메이커들의 집결지가 돼버린 중국시장에서 현대 자동차의 기술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북경시와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했을 때 도와줬던 든든한 인맥이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고 있습니다. 현대 자동차는 중국 사업 책임자 교체라는 강수를 들어 이 난관을 해쳐나가려고 하고 있지만 과연 중국 정부와 합리적인 타협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요? 중국정부가 현대 자동차에 요구하는 바는 이미 간접적으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충칭이 아닌 허베이에 공장을 세우라는 것이지요. 허베이의 낧은 공장들은 최근  심각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철거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없애는 대신 친환경적인 현대 자동차 공장을 입주시켜 공해문제와 고용문제를 동시에 해결코자 하는 속셈입니다.

중국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현대자동차 중국 본부장이 돼서 이 위기의 실마리를 풀어 보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

아시아 경제: 조용성기자(yscho@ajunews.com)

시간을 1년여전으로돌려본다. 현지 300만대생산체제를갖춰 10년후면 3000만대승용차시장으로성장할중국에서시장점유율 10%를차지하겠다는거대한목표아래, 현대차는베이징현대의 4공장후보지로충칭을점찍었다. 충칭에공장을건설한다면인근의쓰촨(四川)성, 구이저우(貴州)성, 후베이(湖北)성, 후난(湖南), 윈난(雲南)성, 산시(陝西)성등중부지역과서부지역을근거지로삼고재차도약을펼쳐낼수있다. 충칭에는자동차배후시설도잘갖춰져있으며, 관련협력업체도많으며창장(長江)을끼고있어수륙운송에도용이하다. 게다가충칭에는운이좋게도현대차와친분이두터운쑨정차이(孫政才)가당서기로버티고있었다.

설영흥현대차부회장은기민하게움직였다. 자칭린(賈慶林) 전상무위원이퇴임하고시진핑(習近平) 주석이등극한후중국내네트워크가약화된것아니냐는회사안팎의눈총이있을때였다. 설부회장으로서는충칭 4공장계획을실현해내면모든의혹을불식시키고 ‘역시중국사업은설영흥’이라는명예로운평가를받을수있었다. 설부회장은지난해 3월충칭으로날아갔다. <계속>

http://www.ajunews.com/view/20140413100743296

광고

중국 軍기관지 “영화 ‘퍼시픽 림’이 중국 이미지 망쳤다”

[華流] 국내 여름 극장가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헐리우드 영화 ‘퍼시픽 림(环太平洋)’이 중국에서는 7월31일부터 상영해 지난주까지 1,200억원의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8월23일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军报)가 이 영화에 대해 “중국의 이미지를 망치는 영화”라고 비난했습니다.

환태평양

이 신문은 미군이 구출한 일본 여자아이 마코가 훈련을 통해 기갑전사가 돼 괴물을 무찌른 뒤 부상당한 미국 동료에게 “나는 너를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을 빗대 “현실 속의 미일동맹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괴물이 철저히 파괴되는 지역이 교묘하게도 홍콩의 남중국해 인근”이라며 “미군은 초지일관 괴물에 대해 연구하며 인류를 구하는데 애쓰는 반면 중국 홍콩에서는 괴물 고기, 가죽, 내장, 뼈 등을 식품과 약품으로 만들어 팔고 심지어 괴물에 붙어 사는 기생충까지 요리로 만들어 먹는 등 중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고 비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신문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매년 쏟아지는 헐리우드 영화를 보며 서방의 가치관에 빠져들고 있다”고 걱정하고 “미국 전 국무장관 힐러리는 중국 젊은이들이 미국의 가치관과 제도 및 규칙을 배우고 따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미국의 전략을 뼈속까지 이해하고 있는 헐리우드는 정부의 가장 충실한 선전도구로 그들은 영화소재를 선정할 때 미국 가치관과 글로벌 전략을 알리기 위해 전력투구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환태평양2

그런데 과연 헐리우드가 이 신문 주장대로 미국 정부의 충실한 선전도구일까요? 필자 생각엔 헐리우드는 오로지 자본과 흥행의 논리에 충실한 영혼없는 집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의 고기와 기생충까지 먹어치우는 중국인들을 묘사한 것은 흥행요소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실제 중국 광동지역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헐리우드 영화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중국도 미국정부의 아픈 곳을 건드리는 영화를 제작해 대박을 터뜨리면 됩니다. 가령 미국정부의 조직적인 도청, 인종차별, 해외 스파이, 홈리스, 빈부격차 등 중국이 반격을 가할 영화 소재가 차고 넘치는 게 미국이니까요.

가수 이넝칭(伊能静), 중국 TV에 여전히 출연금지…남방주말 사설 옹호 탓인듯

[華流] 중국 위성방송국들이 대만의 인기가수 이넝칭(伊能静)의 출연을 여전히 금지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22일 이넝칭은 중국 광서 위성방송국에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일성소애,대지비가(一声所爱, 大地飞歌)’에 출연해 노래도 부르고 심사평도 하는 등 무사히 녹화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방송된 7월31일 시청자들은 TV화면에서 이넝칭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프로그램 녹화중인 대만 가수 이넝칭(伊能静)...中新社 洪坚鹏 촬영

프로그램 녹화중인 대만 가수 이넝칭(伊能静)…中新社 洪坚鹏 촬영

지난 1월 이넝칭은 중국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의 사설(社說)이 모종의 압력으로 수정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를 해 중국 미디어들로부터 출연금지를 당했었습니다. 따라서 이넝칭에게 있어 이번 출연제의는 ‘해금(解禁)’ 조치로 받아들여졌을 법 합니다. 수개월만의 중국TV 출연이 상당히 기뻤던 이넝칭은 녹화 전 웨이보 팬들에게 본방 사수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신문망은 방송국 관계자가 “이넝칭이 나오는 장면을 찍지 않았다. 기술 차원의 문제다”라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게스트를 초청해 놓고 찍지않는 기술적 문제는 처음봤다”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넝칭의 에이전트는 “녹화를 무사히 끝냈으면 됐다. 그 후의 문제는 방송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고 하는군요. 방송국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않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프로그램 녹화중인 이넝칭(伊能静)...中新社 洪坚鹏 촬영

프로그램 녹화중인 이넝칭(伊能静)…中新社 洪坚鹏 촬영

중국, 140년만의 폭염…인산인해 워터파크는 ‘중국사해(死海)’로 불려

[華流] 상해를 비롯한 중국 남부지방이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7월30일 기상국은 기관 설립 최초로 최고 고온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상해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제 친구가 보내온 사진입니다. 자동차 게기판에 실외 온도가 43도로 나와있네요.

상해의 자동차 게기판이 실외온도 43도를 나타내고 있다

상해의 자동차 게기판이 실외온도 43도를 나타내고 있다

 사천성(四川省) 쑤이닝시(遂宁市)의 한 워터파크에는 1만5천여 명의 피서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빽빽한 수영장을  현지 사람들은 ‘중국의 사해(中国死海)’라고 부르는데 정작 워터파크 관계자는 “인원 초과는 아니다. 충분히 통제 가능할 정도의 사람만 받고 있다”며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해(中国死海)'로 불리는 사천성 쑤이닝시의 한 워터파크

‘중국의 사해(中国死海)’로 불리는 사천성 쑤이닝시의 한 워터파크

상해 신화통신 기자는 이 더위를 시각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7월30일 오후 12시54분 베이컨 실험을 했습니다. 이날 상해의 지면 온도는 60도를 웃돌았고 길바닥에 베이컨을 올려 놓자 1시간 20분만에 고기의 80%가 익어 색깔이 노릇해졌습니다.

7월30일 오후 12시54분 신화통신 기자가 상해의 한 도로에서 베이컨 굽는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 신화망)

7월30일 오후 12시54분 신화통신 기자가 상해의 한 도로에서 베이컨 굽는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 신화망)

 한국 더위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중국에 비하면 피서지에 온 것과 다름없습니다. 더우기 산발적으로 소나기가 온다고 하니 상대적 행복을 누립시다!

한국에서 찍으면 흥행보증? 서울이 동남아 영화 촬영지로 뜨나?

[華流] Jack Lin주연 말레이지아 영화 ‘阿炳(Ah Beng)’, 청계천 로케 장면 포착.

7월24일 아침 출근 길에 청계천에서 말레이지아 영화 제작팀들을 우연히 목격했습니다. 한국산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로 진출하다 보니 영상 속 배경이 되는 국내 명소들이 외국 제작진들의 눈에 들어오나 봅니다. 2009년 필리핀에서 관객수 7백만을 넘은 영화 ‘킴미도라’ 속편이 한국 로케를 했고, 2010년 한국에 온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태국 영화 ‘헬로 스트레인져’ 또한 한국 로케로 자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동남아 영화의 해외로케 장소로 서울이 꽤 인기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실제 촬영 현장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서울 청계천에서 영화 '阿炳(Ah Beng)'을 촬영중인 말레이지아 배우 린더롱(林德荣)

서울 청계천에서 영화 ‘阿炳(Ah Beng)’을 촬영중인 말레이지아 배우 린더롱(林德荣)

 

서울 청계천에서 영화 영화 '阿炳(Ah Beng)'을 촬영중인 말레이지아 배우 린더롱(林德荣)

서울 청계천에서 영화 영화 ‘阿炳(Ah Beng)’을 촬영중인 말레이지아 배우 린더롱(林德荣)

조금은 한가해 보이는 스텝에게 다가가 “What is the name of this movie?” 라고 물었더니 “Ah Beng”이라고 대답해 주더군요. 청계천에 총질을 열심히 해대고 있는 남자 배우 이름이 궁금해 역시 똑같은 스텝에게 물었더니 “Jack Lin”이라고 답해줍니다. 스마트폰에서 찾아보니 이 배우가 말레이지아에서는 꽤 유명하더군요. 중국식 이름은 린더롱(林德荣), 출연작품으로는 ‘Old Cow vs Tender Grass(老牛与嫩草)’와 ‘Great Day(天天好天)’ 등이 있습니다.

잭린3

Malaysia Actor 린더롱(林德荣 Jack Lim)

참고로 서울시는 서울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영화, 드라마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로케이션 지원 외에도 공공장소 촬영허가 및 물품과 장비 지원, 소방헬기를 활용한 항공촬영 지원과 같은 적극적 지원을 통해 서울의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영상물을 통한 스페이스 마케팅 효과도 높이고 있다고 하네요.

캠페인의 나라 중국, 구호를 알면 중국이 보인다

[프레시안 한국외대 임대근 교수]

#1. 2012년 11월 29일, 시진핑(習近平) 현 중국국가주석이 당시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공개 연설을 했다. 정치국 상임위원들을 대동하고 국가박물관에서 ‘부흥의 길(復興之路)’이라는 전시를 관람하던 길이었다. 이날 시진핑의 키워드는 “중국의 꿈(中國夢)”이었다.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된 이후 역설한 “중국의 꿈”은 올해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연설에서도 다시 강조됐다. 지금 중국 사회는 온통 새 지도자가 역설하는 “중국의 꿈”이 무엇인지 분분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2. 2012년 여름, 연구수행 차 방문한 북경 거리에는 ‘북경정신(北京精神)’이라는 네 글자를 새긴 입간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애국(愛國)’, ‘창신(創新)’, ‘포용(包容)’, ‘후덕(厚德)’이라는 ‘정신’의 실천 가치들이 앞뒤 또는 좌우를 함께 장식하고 있었다. 서점 신간 코너에는 ‘북경정신’을 해설하는 서너 권의 책이 벌써 자리 잡고 있었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북경정신’은 “사회주의의 핵심적인 가치와 정신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2011년 11월 북경시가 공포한 구호였다.

▲ 2011년 11월 북경시가 주창한 “북경정신(北京精神)” ⓒ임대근

중국은 구호와 캠페인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이라는 특수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금도 중국의 거리와 공원, 대학 캠퍼스 곳곳에는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수많은 구호가 걸려 있다.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최근 수십 년간 중국 현대사의 흔적이 스치듯 지나가기도 하고, 중국인들의 삶의 양식과 문화적 특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사회주의 중국의 구호는 1949년 9월, 마오쩌둥(毛澤東)이 국가 수립을 목전에 두고 정치협상회의에서 행한 개막사의 제목, “중국인민이여 일어나라(中國人民站起來了)”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주의 중국 수립 이후, 1950년대 구호는 주로 정치적, 경제적인 내용을 직설적으로 쏟아낸 경우가 많았다. 이런 구호들은 반우파투쟁(1958) 같은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마음을 당에 바치자(把心交給黨)”라든지 “1070만 톤 철을 생산하기 위해 분투하자(爲生産1070萬吨鋼而奮鬪)”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 1958년 반우파투쟁 당시의 구호 “마음을 당에 바치자(把心交給黨)”ⓒwww.jschina.com.cn

이런 직설적인 구호가 마오쩌둥 시대를 대표했다면,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 시대의 구호는 다소 추상화되거나 비유적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중국 거리에서 간혹 눈에 띄는 “발전이야말로 굳건한 이치다(發展才是硬道理)”는 천안문 사태로 인해 개혁개방이 위기를 맞았던 198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이 외친 구호였다. 덩샤오핑은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면서 직설의 언어와 비유의 언어를 적절히 구사했다.

▲ 지금도 중국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발전이야말로 굳건한 이치다(發展才是硬道理)” ⓒwww.jschina.com.cn

1970년대 말 등장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는 쥐를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不管黑猫白猫, 抓得到老鼠就是好猫)”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개방정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촌철살인의 구호로 여겨지고 있다. “창문을 열면 신선한 공기도 들어오지만, 파리와 모기도 들어온다(打開窓戶, 新鮮空氣進來了, 蒼蠅蚊子也進來了)”라는 말은 개혁개방과 더불어 당 간부의 부패와 부정을 비판하는 말로 회자됐다. 동시에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貧窮不是社會主義)”같은 직설의 언어도 여전히 자주 등장했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도 역시 지도자들의 정책을 포괄하는 구호가 유행한 것은 사실이다. “삼개대표(三個代表)”라든가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WTO 가입 등의 변화와 더불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제와 궤를 맞추자(與國際接軌)” 같은 구호가 대유행하기도 했다.

동시에 중국 사회가 점차 다원화하면서 각 조직과 기구, 단체들이 저마다 내부 결속을 위한 구호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또 ‘인민’의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구호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눈에 띄는 단어 중 하나는 ‘문명(文明)’이다. 지금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문명’은 중국 구호의 단골 단어다. “아름다운 환경을 같이 만들고, 문명의 캠퍼스를 함께 창조하자(共建美好環境, 同創文明校園)”든지 “저마다 문명의 용어를 말하면, 캠퍼스 곳곳이 봄입니다(文明用語人人講, 校園之内處處春)” 같은 문구들은 중국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명’의 강조는 공산당과 정부가 1986년 내세운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 방침’ 이후 급격하게 늘어왔다.

이렇게 변해 온 중국의 구호가 후진타오와 시진핑의 정권 교체기를 맞이하면서 ‘북경정신’이나 ‘중국의 꿈’과 같이 비유적이고 수사적이며, 유연한 표현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강성의 직설적 언어가 지배하던 정치와 경제 중심의 시대가 저물고 완곡한 은유의 언어로 표상되는 문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 내부가 점차 다원화하면서 이제 일원적이고 단선적 주장으로는 내부 전체를 아우르기 어렵게 된 대내적 환경의 변화, 국가적 위상이 수직 상승하면서 국제 사회를 의식해야 하는 대외 환경의 변화 등도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내부 결속이 필수적이었던 시대정신이 이제 내부와 외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의 언어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요컨대, 덩샤오핑 시기를 전후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의 구호는 내부를 향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장쩌민 이후, 후진타오와 시진핑 시대의 구호는 이제 내부만이 아니라 다분히 외부를 의식하는 중이다. “우리만 일치단결해서 잘 먹고 잘 살자”는 말은 체재 내부를 결속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어도,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강국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중국의 구호는 의미의 해석이 중층적이며 다원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구호와 캠페인은 결핍의 반영이다. “생산량을 늘리자”고 강하게 외칠수록, 그것은 현재 생산량이 저조하거나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므로 어느 사회든 유행하고 있는 구호와 캠페인을 살펴보면 사회의 결핍된 측면과 그것을 충족함으로써 얻으려고 하는 효과나 이익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캠페인은 주로 탑-다운(top-down)의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강력한 대중미디어라는 매개적 힘을 갖는 통치 집단에 유리한 사회 통합의 방법이다. 실제로 전후 냉전의 시대와 고속 경제 성장의 시대에는 이러한 방법이 유용했다. 그러나 오늘날 다원화되고 세계화된 사회에서는 집단을 일체로 간주하려는 구호가 거부당하기 일쑤다. 그런 상황에서 쉽게 동의되는 구호는 역시 윤리나 건강 등과 같이 보편적이고 생활 중심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시진핑이 “중국의 꿈”이라는 말로 자신의 시대 국가적 비전을 제시한 것도 어쩌면 이런 고충의 결과물이었을지 모른다. 이제 중국 사회는 이 비유적 구호의 내용을 채워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공산당 당교(黨校)와 중국사회과학원 등 국가 이데올로기의 기초 이론화 작업을 해오고 있는 기관과 그 내부 지식인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한 까닭이다. 그 결과는 분명히 역사적이고 과학적이며, 통합적이고 국제적이며,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민족적이고 세계적이며, 지역적이고 지방적이며, 경제적이고 사회적이며, 문학적이고 문화적이며, 생태적이고 환경적이며……그러하고 저러한 방식으로 도출될 것이다.

욕을 통해서 본 중국 문화

[출처: 바로바로의 중얼중얼http://www.ddokbaro.com]

어떤 문화의 욕은 그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 중 하나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말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욕은 사용해서는 안 될 “나쁜 말”이며, 고전명작들을 읽어야 된다는 가르침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에는 그 문화의 어둠이라고 할 수 있는 터부뿐만이 아니라 역사도 녹아 들어 있다.

예를 들어서 “씨팔”이라는 욕은 여성의 성기나 성행위를 뜻하는 “씹”에다가 “하다”라는 동사형 어미가 붙어서 만들어 진 것으로서 “씹을 할”이라는 뜻이다. 현재 한국문화의 바탕이 되는 유가문화에서는 성행위나 성과 관련된 말들을 터부로서 금지해왔고, 그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은  “성행위를 하다”라는 뜻의 “씨팔”을 들으면 매우 큰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욕은 단순히 “나쁜 말”이 아니라 어떤 문화의 정수가 녹아있기에, 어떤 문화의 욕을 이해한다면 그 문화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중국의 욕을 통해서 중국 문화에 다가가보도록 하자. 중국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욕은 타마더(他妈的 tāmāde)이다. 중국사람들로부터 “중국의 욕”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명품욕이다. 중한사전에서는 타마더를 “젠장, 제기랄”정도로 번역하고는 하는데, 그것은 단지 억지로 한국어로 옮긴 것에 불과하며 정확하지도 않다. 타마더는 중국어에서 원한이나 분노 혹은 경악을 표현할 뿐만이 아니라, 친근감까지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친구끼리 주고 받는 “개새끼”가 친근함의 표현인 것과 유사하다. 이미지

그럼 타마더의 구체적인 뜻은 무엇일까? 타마더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의 어머니의”라는 뜻이다. 그의 어머니와 어떤 일을 한다는 말은 없다. 아마도 성행위를 한다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체 왜 대화 상대방을 지칭하는 “너의 어머니”도 아니고 “그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일까?

일단 타마더의 유래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어떠한 중국인도 “타마더”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한국에도 아Q정전등으로 유명한 중국근대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魯迅 노신 1881.9.25~1936.10.19)이 “타마더를 논하다 (论“他妈的!)””라는 글을 통해서 피력한 의견을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

삼국시대를 끝낸 진晋나라는 과거와는 달리 문벌(門閥)제도를 확립하고 문벌가문에 속한 자손들은 버러지 같은 인문들이라도 관직을 얻을 수 있었다. 유목민족인 탁발(拓跋)씨가 중국북부를 평정하고 북위를 세우지만, 문벌제도는 남북조 모두에게 널리 받아들여졌을 뿐만이 아니라, 더욱 엄격해져서 평민출신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가지고 있어도 일정 이상의 관직에 올라갈 수 없었다. 가문이 모든 것을 정하는 세상에서 일반 백성들은 좋은 문벌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분노를 담아서 “그의 어머니!”라고 외쳤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

당唐나라 이후 가문만을 중시하는 문벌제도는 쇠락하고, 능력에 의거하여 사람을 뽑는 과거제도가 점차 완성되어 가면서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는 등급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약화되었다. 그러나 비록 문벌제도 때와 비교하여 권력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일반 서민들이 권력층으로 올라 갈 수 있는 통로는 좁기만 하였다. 그렇기에 권력층은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였고, 이를 보충하는 증거를 만들기 위하여 족보를 고쳐서 조상들을 위대한 사람들로 만들었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가 위인신화를 통해서 자주 보이듯이 “신선과 동침했다”라던지 “곰과 결혼했다” 혹은 “동정녀가 임신하였다”등은 형태로 나타나고는 하였고, 일반 서민들은 그런 이들의 웃기는 행동을 보면서 “그의 어머니는!”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이러한 루쉰의 분석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루쉰의 분석 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어머니의 비천한 신분을 모욕하는 말”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전국책(戰國策)에는 “너의 어머니는 비천하다 (而母婢也)”라는 어머니를 모욕하는 말이 나온다. 주나라의 제34대 왕 주열왕(周烈王)이 죽은 뒤에 제후들이 모두 조문을 하였는데 제齊나라만이 늦게 오자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그러자 제나라왕은 반박하며 “너의 어머니는 비천하다”라고 말한다. 너희 어머니는 비천하다라는 말은 가문을 중시하는 봉건사회에서 조상이 비천한 사람이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특히 직계 혈통인 어머니에 대해서 비천한 사람이라고 비웃는 행위는 큰 모욕감을 가져다 주게 되었다. 그 뒤에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 “비천하다”라는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뜻을 이해하였기에 “비천하다”라는 말이 빠져서 “너희 어머니의”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더욱 광범위하게 욕을 할 수 있는 말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인칭인 “너”보다 더욱 광범위한 삼인칭 “그”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논리이다.

어떤 추측이든 이미 과거의 봉건제도가 무너진 현재까지도 “타마더”라는 욕을 사용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까? 어째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무차별적으로 과거의 것을 파괴하는 문화대혁명의 풍파 속에서도 과거 봉건제도의 특권층에 대한 비판을 내재하고 있는 “타마더”의 사용이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일까? 단지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일까?

1978년부 터 시작된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의 개혁개방改革開放정책은 중국의 경제를 평균 9%이상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하였고, 현재는 일본의 GDP을 추월하여 미국에 이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의 햇빛 뒤에는 빈부격차라는 그림자가 선명히 나타나게 되었다. 세계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상위 1%의 인구가 중국 전체 부의 41.4%을 차지하고 있었다. 빈부격차의 척도가 되는 지니계수도 중국정부가 2004년 공식적으로 공표한 최후의 숫자조차 0.4387로 나타났다. 사회학자들은 지니계수가 0.4가 넘으면 사회의 혼란이 오며, 0.6이 넘으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중국정부가 지니계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최근 데이터를 알 도리가 없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모델과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의 동향을 보았을 때 0.6에 근접하거나 이미 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관료의 자식이나 부자의 자식들은 중국에서 관얼따이(官二代)와 푸얼따이(富二代)로 불려지는 특권계층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부자의 아들이 도로의 도시에서 자동차경주를 하다가 대학생을 치어 죽이고 증거를 조작했던 사건이나 경찰관료의 아들이 여대생 두 명과 추돌하여 한 명이 현장에서 사망하였지만 당당하게 “우리 아버지가 리깡이야!”라고 하는 등의 사건들이 발생했고, 중국네티즌들은 이들의 행위에 크게 분노를 하고 있다. 중국 사회에는 아직도 특권층이 존재하고 있고, 중국사람들은 이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사회에 특권층이 존재하는 한 “타마더”라는 욕은 계속 “중국의 욕”으로 남아 있을 듯 하다. 그런데 고위층의 군면제가 당연하고 화문 노동자를 폭행하고 “맷값”을 지불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한국 사회에도 “타마더”라는 욕이 필요하지는 않을까?